서울시 든든급식’ 전환에 따른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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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7-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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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든든급식’ 전환에 따른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미래는?
은평구·군산시, 지난 6년간의 공공급식 협력 성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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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입력 2024.07.11 18:40
수정 2024.07.11 18:46
기자명최설화 기자
[한국농정신문 최설화 기자]
서울먹거리연대와 희망먹거리네트워크는 지난 10일 은평문화재단 대회의실에서 은평구 공공급식 성과포럼을 열었다. 은평구공공급식센터와 군산시통합지원센터는 오는 11월 은평구 공공급식 업무협약의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생산자·소비자 120여명과 함께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서울시 공공급식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 서울시)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서울시 든든급식’으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다. 올해 1월부터 든든급식 사업이 진행되면서 공공급식에 대한 지원은 전면 중단됐다. 서울시 내 자치구 공공급식센터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고, 서울시 자치구와 협약을 맺은 지자체의 농민들은 판로가 끊긴 셈이다.
서울시는 든든급식으로 전환하면서 “도농상생 공공급식 방식은 식재료 품질과 가격 차이 등 공급 품목의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한편, 든든급식 방식은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올본)를 통해 우수한 품질의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1개 자치구(강북·도봉·노원·성북·종로·서대문·중구·영등포·동작·금천·강동)는 든든급식을, 송파구·은평구·중랑구 3개 자치구는 여전히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6년간의 은평구 도농상생 공공급식
서울먹거리연대와 희망먹거리네트워크는 지난 10일 은평문화재단 대회의실에서 은평구 공공급식 성과포럼을 진행했다. 은평구공공급식센터와 군산시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지난 2018년 업무협약을 통해 은평구 공공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1월 두 기관의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지난 6년간의 은평구 공공급식 성과와 앞으로 서울시 공공급식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는 은평구 내 어린이집 원장·학부모, 먹거리·시민 단체 관계자, 군산 친환경농산물 생산자, 박유진 서울시의원, 이미경 은평구의원 등 120명이 참석했다.
조진숙 은평구공공급식센터장은 은평구공공급식센터를 소개하고 지난 6년간 거둔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성과를 전했다. 은평구공공급식센터는 2024년 4월 기준 139개소 어린이집, 3개 지역아동센터에 군산시의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2023년 학부모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친환경 식재료 납품에 대한 인식이 높게 나타났으며 ‘가정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해주세요’, ‘도농상생 공공급식이 오래 유지되길 엄마의 마음으로 바란다’ 등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올해 11월 3일 김장김치 만들기 행사에 모든 시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지난 6년간 쌓아온 은평구 공공급식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 관계자와 학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은평구공공급식센터와 협업하고 있는 군산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추진에 따른 군산시의 변화를 전했다. 발표를 맡은 이창한 군산먹거리통합지원센터장은 “은평구와의 업무협약은 군산시 친환경 농민들의 농가소득·판로 확보 등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은평구 공공급식에 209톤 정도 농축수산물이 제공됐다. 공급액이 19억원 정도 되는데, 물류공급에 대한 최소 수수료만 제외하고 모든 금액은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며 “6년 동안 은평구에서 체험활동차 군산시를 방문하는 등 지역 간의 상호공감대를 만들었다. 앞으로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0일 은평문화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은평구 공공급식 성과포럼에서 김도윤 전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장이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필요성, 현장의 목소리
포럼 자료에 따르면 현재 든든급식 사업에서 △친환경농산물 공급률 49%(공공급식에서는 70% 공급률) △NON-GMO 가공식품 미취급 △공급 품목 축소로 2~3개 업체 별도 주문 △신속한 클레임 처리 취약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든든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서대문구의 변화도 본보기가 된다. 김도윤 전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장은 “서대문구도 6년간 전주시와 함께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운영했다. 서대문구 130개 어린이집에서 120개소가 공공급식센터를 이용했으나 든든급식 전환 강행으로 하루아침에 센터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며 “공공급식센터는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하는 데 있어 서울 소재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21~22% 저렴하다. 어린이집의 원아 수가 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공급식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자 은평구지역아동센터장은 “새로운 공공급식 전환과정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다. 공공급식은 아이들의 먹거리 기본권이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 수 있는 바른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경옥 은평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도시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농산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른다. 제철식재료를 직접 만지고 먹어보는 오감체험 교육들이 필요하다. 친숙하면 아이들은 농산물을 먹는다. 은평구와 군산시의 연대가 활성화돼 도농상생 공공급식이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은평구 공공급식을 함께하고 있는 생산자·소비자의 입장
이날 군산에서 올라온 농민들은 지난 9일 폭우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잠겨 피해를 입은 상황에도 포럼에 참석했다. 은평구와의 계약이 끝나면 판로마저 사라지게 된다는 걱정이 앞서서였다. 군산시에서 친환경농산물을 키우는 농민은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 소비자들을 위해 수입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안일하다. 우리나라에만 기후재난이 온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상기후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중소농을 보호하는 제도다. 기후재난 속에서도 안정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공공급식센터다. 이러한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소비자뿐 아니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은평구 소재 한 어린이집 원장은 “2번 정도 군산시 친환경농가를 방문했었다. 생산지를 방문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며 “든든급식 전환은 어린이집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공공급식센터를 이용했을 땐 차액지원이 가능해 안전한 친환경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2017년에 발표한 ‘서울시민 먹거리기본권선언문’에 따라 서울시민 누구도 경제·사회·지역·문화적인 문제로 굶거나 질이 낮은 먹거리를 먹어 곤란을 겪지 않아야 한다. 은평구와 군산시의 도농상생 공공급식 성과가 무너지지 않고 지속되도록 오늘의 포럼을 토대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